제밍글스

야화 55화

관리자
2025.04.07 추천 0 댓글 0

야화 55화

 

노름방이라는 도방(賭房)의 하루 수입은 셈을 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만큼 큰 세력이 아니고는 도방을 운영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수입이 크기 때문에 누구나가 도방을 개설하고 싶어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 도방이다.

 정파에서는 도방을 운영할 생각도 하지 않으니 사파나 마도의 집단이라는 것은 자명한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꼬리를 깊이 감추고 실체를 들어 내지 않는다. 어는 방파인지는 모르나, 한 번 사단이 일어 났다 하면 어디서 몰려 나오는지 고수들이 몰려 나온다.

 이러저러한 도방의 생리를 알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도방을 상대로 싸움을 벌리지 않는다. 도방을 운영하는 측에서도 어지간한 일은 눈을 감고 넘어간다. 도방은 잡다한 무리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정파고 사파고 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도방과 기방(妓房)을 번갈아 가며 들랑거렸다.

 막수호변(莫水湖邊)에 자리잡은 취월루(聚月樓)는 남경에서는 규모도 제일 크려니와 고관대작들이 드나드는 기루다. 그만큼 값도 비싸려니와 기생들도 일류였다. 

 호성하(護城河)를 등진 번화한 거리에 있는, 마교가 운영한다는 기루(妓樓)는 년 전에 불태워 없앴지만 근거지가 하나 둘이 아닐 것이란 생각에 복래도방과 취월루를 드나들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에는 적사갈의 성화에 못 이겨 기루로 발길을 돌렸다.

 돈을 잃기만 하면 내 밑천을 만지겠다고 쫓아다녔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할 수 없이 내가 피해서 도방에 발길을 뚝 끊고 기루를 살피는 중이었다. 취월루에 들어 가려고 하는데 웬 사내가 다가 왔다.

 "소협! 혼자 들어가려니 좀 서먹서먹해서 그러는데 합석을 하면 어떻겠소?"

 남장여인, 적사갈이었다. 아는 체 했다가는 사달 날 것이고, 모른 척 해도 사달 날 것이 빤했다. 우멍하게 구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잘 되었소... 나도 친구 없이 혼자 들어가기가 서먹서먹했는데, 잘 되었구려"

 내가 들어 오는 것을 본 기모(妓母)가 반색을 하며 달려 나왔다. 올 때마다 요술을 부리고 돈을 물쓰듯 하였기 때문이다.

 "호호 호호...비접서생(飛蝶書生)께서 오늘도 납시었군요...어떤 아이들로 고를 까요?"

 "오늘은 친구하고 같이 왔으니, 젊고 예쁜 아이들 넷만을 올려 보내 주겠소?"

 금 한 덩어리를 기모 손에 쥐어 주었다.

 "금 한 덩이 값만큼만 놀고 갈 것이니, 그 값만큼만 주안상을 차려 주구려"

 "호호 호호... 싹싹하기도 하셔라"

 기모가 내려가고 없는 틈을 타서, 시치미를 뚝 따고 적사갈에게 서로 인사를 나누기를 청했다.

 "나는 비접서생 모수림(毛樹林)이라고 하오... 형장은 어찌 되시는지요?"

 "나, 나 말이오?... 천패서생(千敗書生) 갈사적(蝎蛇赤)이라고 하오이다" 

 얼른 생각이 떠 오르지 않았던지, 적사갈을 뒤집어서 갈사적이라고 한 것은 귀엽기까지 했다.

 "낄 낄...갈형은 기루에 익숙지 못한 듯 한데...실은 나도 기루를 들랑거린 지 몇 번 되지 않는다오"

 "그런데도, 대접이 융숭하구려"

 "내가 잘나서 그런 것이 아니고, 황금 덩어리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거 같소"

 젊고 아리따운 기생 넷이 우르르 몰려 들어 오더니 양 옆에 한 사람씩, 나와 적사갈을 끼고 앉았다. 이윽고 주효가 날라져 들어 왔다. 어느 만큼 술잔이 돌아가고 나자 내가 나비를 날리기 시작 하였다. 기생들이 나비를 날리라고 성화를 부린 것이다.

 내 손 안에서 5색 나비 두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 올랐다... 기생들이 손님은 뒷전에 두고 나비를 쫓느라 난리가 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나비를 잡고 보면, 10문 짜리 홍무통보(洪武通寶)로 바뀌기 때문이다. 

 홍무통보는 1 2 3 5 10문의 다섯 종류가 발행 되었는데, 요즘 세상에는 눈을 씻고 만져 보려고 해도 만져 볼 수 없을 만큼 희귀해진 것이다. 10문 짜리 홍무통보가 은 10냥의 가치 보다 더했다. 그러니 기를 쓰고 나비를 잡으려고 할 수 밖에 없었다.

 5색 나비가 날았다 하면, 다른 방에 있던 기생들까지 쫓아 나온다. 손님들은 손님들대로 이 소동을 즐기고 있었다. 넘어지고 엎어지고 깨지고 난리 법석이 난다.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나고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정신이 팔려 있는 적사갈을 놔 두고 몰래 기루를 빠져 나왔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적사갈이 나를 따라 붙었다.

 "야 이 자식아! 사람 혼을 빼 놓고 혼자 도망을 쳐?"

 "갈형! 그것이 무슨 소리요?"

 "이 자식아 능청 떨지마! 나라는 것을 빤히 알면서도..."

 "낄 낄 낄... 누군가 했더니 사갈 누님이었구려...그런데 여기는 남장을 하고 웬일이시오?"

 "몰라서 물어? 이 자식아!... 왜 나를 피해 다니지?"

 "누님을 피해 다니다니, 그럴 리가 있소"

 "그런데 왜 도방에는 나타나지 않지?"

 "누님과 내가 적이 되면, 차마 누님을 죽일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그래서 더 정들기 전에..."

 "정들기 전이라고 했느냐?...그럼 나하고 조금이나마 정이 들려고 했단 말이지?..."

 "누님처럼 화끈한 여인이 어디 있겠소...정이 들면 너무 화끈해서 그 것도 무섭고..."

 "너는 왜 나와 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느냐?"

 "도방을 백도에서 운영을 할 리는 만무하고, 마도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면 빤한 것 아니겠소?"

 "도방과 내가 무슨 관계가 있다고..."

 "왜 이러 슈 누님! 누님이 나를 속이려고 해도, 나도 장님이 아니란 말입니다. 지금은 북문파 놈들을 졸개 삼아 데리고 다니면서, 북문파에 몸 담고 있는 것처럼 위장을 하고 있지만, 누님이 도방 사람이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단 말이오"

 "호호 호호... 과연 눈치가 빠른 것이 하오문(下午門) 놈답구나"

 "내가 하오문 놈이라는 것은 어찌 알았소?"

 "이놈아! 너는 네 놈이 가지고 다니는 푸른 옥으로 만들어진 피리가, 하오문 문주 무영자의 신물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는 말이냐?"

 "낄 낄... 할머니 물건을 훔쳐 가지고 나왔지, 할머니가 무영자인지 뭔지는 몰랐는데, 가르쳐 줘서 고맙소"

 "무영자가 할머니?... 홋 홋 홋... 무영자가 노파였을 줄이야... 그런데 하오문과 마교가 무슨 원한이 있다고, 너와 내가 적이 된다는 말이냐?"

 "낄 낄 낄...누님도 허수아비였구려... 그럼 귀령자가 할아버지였다는 것도 아시오?"

 "뭐야? 귀령자가 할아버지?... 그렇다면 귀령자와 무영자가 부부였다는 말이냐?"

 "낄 낄 낄... 부부였을 뿐만이 아니라, 마교의 좌호법 파안섭영과 우호법 소안독심 이외에도, 귀령자와 무영자가 금가면을 몰래 호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하시오?"

 "동생! 여기서 우리 이럴 것이 아니라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이야기 해 보자"

 "내 배를 타고 강심(江心)으로 나가 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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