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화 37화
야화 37화
천마와 지마에게 진법과 음공을 배우는 한편 인생을 배우기고 했다. 두 늙은이는 거친 듯하면서도 인자했고, 인자한가 하면서도 몹시 거칠기도 했다.
천 풍림은 두 늙은이가 있다고 해서 할 짓을 못하거나 하지 않을 위인이 아니었다. 아옥은 두 늙은이를 의식하고 조심을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소리까지 죽일 수는 없었다. 한 번 뚝이 터지고 무너지면 걷잡을 수가 없게 된다. 밤새 뻐꾹 뻐꾹 뻐꾸기가 울어 댔다.
"흘 흘 흘... 뻐꾸기가 우는 바람에, 오랜만에 나도 천당 구경을 했다네"
"낄 낄 낄...그래서 부엉이가 부엉부엉 울어 댔군요"
"이 사람아! 여기서 우리와 같이 살지 안겠는가?"
"같이 살면 요?"
"까마귀가 깍깍 울어야 부엉이도 부엉부엉 운단 말일세"
"영감님 나이가 되어도, 으르렁거리고 싶다는 말입니까?"
"색도(色道)에 늙고 젊고 가 어디 있겠는가...죽기 전까지는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이 그 짓이라네"
"할머니도 그렇습니까?"
"이 녀석아! 여자라고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느냐... 젊었을 때 같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에는 젊었던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젊은 시절 생각이 왜 안 나겠느냐?"
"그럼 요즘에도 밤에는 부엉부엉 운다는 말입니까?"
"방망이에 힘이 있어야 울지"
"그럼 어떻게 하십니까?"
"어떻게는... 그냥 쥐고만 자는 것이지...젊은이 방망이 좀 빌려 주겠는가?"
"노인네가 주택 바가지..."
"야 이년아! 너는 늙지 않을 것 같으냐? 네 년 나이에서는 나도 그랬다만..."
"영감님 하고는 어떻게 만나셨는데요?"
"부친이 마교에 몸을 담고 있다 보니, 자연 마교 사람들과 왕래가 빈번해지고, 저 영감이 나에게 반해서 매일 쫓아 다녔다네"
"그래서 요?"
"예나 지금이나 나이 찬 계집이 자기를 좋아하는 사내가 나타났는데 싫다는 년이 어디 있겠어"
"그래서 치마를 홀랑 걷어 올렸단 말입니까?"
"이 녀석아! 치마를 걷어 올리는 년이 어디에 있어?!... 아무리 사내가 마음에 들어도, 싫어 싫어 하고 빼는 것이 여자란 것을 모르느냐?"
"낄 낄 낄... 저는 셋이나 되지만, 셋 모두 싫어 싫어 하는 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요?"
"요즘 년들은 다 뻔뻔해져서 그러는가 보다"
"할머니만큼 뻔뻔하지는 않다고요... 할아버지가 옆에 있는데, 남의 방망이를 빌려 달라고 하는 뻔뻔한 사람이 어디 있어요"
"흘 흘 흘... 할아버지란 저 늙은이는, 네 년 치마를 걷어 올리고 싶지 않을 성 싶으냐?"
"어머나 어머나 징그러워라..."
"내가 저 노인이라도, 옥매처럼 젊고 예쁜 아가씨를 본다면 그런 마음은 생길 것 같소"
"어머머 어머머...오라버니까지 그러기에요?"
"세상 물정을 모를 때라고는 하지만, 내가 80에 가까운 사부에 의해서 사나이가 되었고, 80에 가까운 사부가 나라는 사내에 의해서 붉은 단풍 잎으로 물들어 갔다는 생각은 왜 못 하시오"
"?..." "?..." "?..."
"이치만으로 따진다면, 병 구멍과 병 마개요... 뚫려 있는 병 구멍은 병 마개로 막는다는 것이 이치요. 다만 병마개가 구멍에 맞느냐 맞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오. 음과 양은 어디까지나 음과 양일 뿐이지, 나이나 세월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오"
"네 놈이, 우호법 소안독심을 뚫었단 말이냐?"
"낄 낄 낄...열 여덟 살 되던 초여름에 방망이가 뻗쳐 참을 수 없기에, 사부에게 남자가 되게 해 달라고 했다오...사부가 진노를 하고 석양부를 들고 나와 싹둑 잘라 버린다고 하기에 그리 하라고 하며, 하늘로 뻗친 양물을 내 놓았더니, 결국은 사부님이 내 양물을 쥐고 한탄을 하시며, 합혼대법으로 내 생사현관을 뚫어 주셨다오"
" 우왓 핫 핫 핫 하... 우호법님에게도 그런 약점이 있었다니... 좌호법 파안섭영이 동자공을 수련하였기에 서로가 사랑하는 사이이면서 맺어지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자란 놈에게 뚫릴 줄은 몰랐구나..."
"흘 흘 흘...세상이란 그런 것이다... 좌 호법 우 호법이, 마교 제2의 강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그들이 죽고 없어도 세상은 눈 하나 꿈쩍 하지 않고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큭 큭 큭... 네 놈들이 세상을 뒤엎을 만한 절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세상은 놀라지도 않으며, 네 놈들이 죽었다 해도 세상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내일 아침의 태양은 떠 오른다는 것을 알아야지"
"그러니 어찌하란 말입니까?"
"젊고 힘이 있다고 뻐기지 말란 말이다...세월을 이기는 장사는 없는 법이다. 지금은 뻣뻣한 네 놈 방망이나 탱탱한 저년 살갗도 세월이 지나면 축 늘어지고 볼품 없어진단 말이다... 젊었을 때 실컷 하고 싶은 만큼 해 두라는 것이다... 추억이 많은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느니라"
"마교에서 사부가 2인자라고 했는데 그럼 제 1인자는 누구였소?"
"그야 당연히 교주 금가면(金假面)이었지"
"그렇게 강했소?"
"강하기도 강한 것이었지만, 누군 줄 모르니 신비하고 더 무서울 수 밖에 더 있겠느냐...마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는 놈이 교주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을 할 수 있었겠느냐"
"낄 낄 낄... 천면신공으로 나도 얼굴을 이리저리 바꾸며, 신비해질 필요가 있겠구려"
"네 놈은 상대하면 상대 해 볼수록 신비 투성이다"
"흘 흘 흘... 우호법을 죽인 그 방망이 구경이나 해 보자"
"본다고 해서 닳아 없어질 물건도 아닌데 보고 싶다면 실컷 보시오"
"으 허 헉... 흘 흘 흘...진짜 도깨비 방망이로구나...만져 봐도 되겠느냐?" "안 됏..."
"낄 낄...닳는 것도 아닌데 만져 보시구려..."
"여기저기 박힌 멍울은 어떻게 된 것이야?"
"사부가 내 양물을 바위 위에 걸쳐 놓고 하루에 두 번씩 매질을 하라고 해서 7년 동안 매질을 했더니 생긴 멍울이라오"
"흘 흘 흘... 그래서 저년이 밤새 뻐꾹 뻐꾹 울어 댔구나"
"할멈도 밤새 부엉부엉 울어 보고 싶소?"